전기차 겨울 주행거리 현실, 얼마나 줄어드나
벌써 12월이 시작되면서 날씨가 매섭게 추워졌습니다. 바야흐로 전기차에게는 가장 가혹한 계절이 돌아왔는데요. 어느덧 전기차 오너로서 4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고, 또 걱정하시는 ‘겨울 주행거리, 도대체 얼마나 줄어들까?’에 대해 제 실제 운행 기록을 바탕으로 가감 없이 팩트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전기차 겨울 주행거리 현실, 얼마나 줄어드나
운행 차량 스펙 및 주행 환경
주행거리를 논하기 전에 제 차량의 스펙과 운행 환경을 먼저 말씀드려야 객관적인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전기차 전비에 있어서는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 차량: 2022년식 제네시스 GV60 AWD (4륜)
- 휠: 20인치 (19인치 대비 전비에 불리한 인치업 옵션)
- 배터리 용량: 77.4kWh (페이스리프트 되거나 연식 변경된 현대/기아 전기차들 84kWh 보다 약 8~9% 정도 작습니다.)
- 주행 환경: 고속도로 주행 90% (정체 없는 시간, 평균 속도 90~110km/h 주행)
- 운전 스타일: 막 때려 밟는 스타일은 아니고, 도로 흐름에 맞춰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편입니다.
- 공조 장치: 365일 22~23도 오토모드 고정입니다. 추위와 더위를 너무 싫어해서 엉뜨, 엉차, 핸따까지 적극 풀 파워로 틉니다.
보시다시피 휠도 크고, 4륜 구동에, 배터리 소모가 가장 큰 고속주행 위주입니다. 여기에 시원시원한 운전 스타일과 히터까지 펑펑 쓰는 조건이니, 시내 주행 위주이거나 연비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저보다 결과가 훨씬 좋을 겁니다.
봄/가을 전기차가 가장 행복한 시간
먼저 기준점이 되는 봄과 가을의 주행거리입니다. 이때는 정말 전기차 타는 맛이 납니다. 배터리 100% 완충 시 계기판에 찍히는 주행 가능 거리는 잘 나오면, 492km에서 최대 523km까지 나옵니다. 제원상 공인 주행거리보다 훨씬 높게 찍히죠. 전비 운전을 조금만 신경 쓰면 8.1km/kWh까지도 나오니까요.


물론 100~110km/h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제 평소 패턴대로라면, 실제 주행거리는 410~450km 정도가 나옵니다. 고속도로 전비는 보통 5~6km/kWh 사이를 유지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가거나, 휴게소에 아주 잠깐만 들르면 되는 여유로운 수준입니다.
겨울 기온별 주행거리 하락폭
하지만 겨울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비가 팍팍 떨어진다’는 말이 체감되는데요. 겨울이라도 기온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 기준으로 비교해 봤습니다.
영상 2도 초겨울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 약 382km. 봄/가을 대비 약 50~100km 정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 정도는 “음, 좀 줄었네?” 하고 넘어갈 수준입니다.

영하 10도 한파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 약 339km. 오늘 아침처럼 밤사이 야외 주차 후 새벽 5시에 시동을 걸었을 때의 수치입니다. 배터리가 꽁꽁 얼어있는 상태죠. 봄철 최대치 523km와 비교하면 거의 180km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결론적으로 4번의 겨울을 겪으며 느낀 점은, 겨울 주행거리는 평소 대비 20~30% 정도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저는 GV60뿐만 아니라 차량 구독 서비스를 통해 캐스퍼 일렉트릭, EV3, EV5, PV5, EV9 등 최신 전기차들을 다양하게 몰아봤는데요. 차급이나 배터리 용량이 달라도 기온 하강에 따른 주행거리 감소 비율은 NCM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가 거의 비슷했습니다. LFP 배터리는 이보다 더 많이 빠진다고 하는데, 직접 경험해 보진 못했습니다.
겨울에는 충전 속도 저하도 덤?
사실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건 자주 충전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충전 속도입니다. 완속 충전기를 쓰는 분들은 자고 일어나면 되니 상관없지만, 급속 충전을 주력으로 하시는 분들은 겨울이 정말 답답하실 겁니다.

- 봄, 가을철: 800V 시스템인 GV60은 초급속 충전기에서 최대 200kW 이상의 속도를 뽑아줍니다.
- 겨울철: 배터리가 차가운 상태에서는 400V 시스템 전기차보다 800V 시스템의 속도 저하 체감이 훨씬 큽니다. 영하의 날씨에 배터리가 식어있으면, 아무리 초급속 충전기라도 속도가 50~60kW까지 떨어집니다. 평소보다 충전 시간이 3~4배 더 걸리는 셈입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밤새 야외 주차 후, 얼어있는 차를 끌고 출근하자마자 급속 충전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때는 속도가 정말 안 나와서 답답해 미칩니다.
물론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를 켜면 충전 속도를 올릴 수 있지만, 배터리를 데우는 데 또 전기를 쓰기 때문에 주행거리를 깎아먹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급할 때는 유용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이죠.

전기차 겨울 주행거리 현실 결론
- 봄, 가을 전비 잘 나올 때와 비교하면, 겨울 영하권 날씨에는 주행거리가 약 20~30% 줄어듭니다.
- 날씨가 추우면 800V 시스템 차량이라도 급속 충전 속도가 1/4토막까지 떨어질 수 있어 편차가 큽니다. 400V 시스템 차량보다는 여전히 빠르지만, 평소 워낙 빨랐던 터라 체감되는 차이가 큽니다.
- 가능하다면 지하 주차장 주차를 강력 추천합니다. 야외 주차와는 확실한 기온 차이가 있어, 다음날 배터리 효율 방어에 훨씬 유리합니다.
- 겨울철 빠른 급속 충전을 위해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를 사용하면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소모가 꽤 심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비추천하며, 급할 때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여름은 에어컨 영향이 있긴 하지만, 줄어든 전비를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에요.
- 겨울철 효율 저하는 전기차의 숙명이지만, 미리 인지한다면 충분히 탈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