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초보라면 궁금해할 만한 충전 관련 FAQ 모음
3년 전, 저도 첫 전기차를 출고하기 전까지 온갖 궁금증과 걱정으로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주유소 가듯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충전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죠.
이제 7만 km를 넘게 운행한 전기차 오너로서, 과거의 저처럼 고민하고 있을 전기차 초보 분들을 위해 꼭 필요한 FAQ만 모아 속 시원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전기차 초보라면 궁금해할 만한 FAQ 모음
집밥 없는데 전기차 사도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은 하지만, 상당한 부지런함과 불편을 감수할 각오가 필요합니다.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저렴하고 편리한 집밥(자택 충전)인데, 이 장점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페널티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
걸어서 갈 수 있는 충전소가 있어도, 1년 내내 날씨가 좋지는 않습니다. 폭염이나 한파, 비 오는 날에 충전을 위해 걸어 나가는 것은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잦은 충전 횟수
내 한 달 주행거리를 차의 완충 시 주행거리로 나누는 단순한 계산법은 현실과 다릅니다. 실제 충전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하게 됩니다. 특히 장거리 여행 전날에는 거의 100%까지 채워야 마음이 놓이는데, 이것도 별도의 충전 일정이 되죠.
기다림과 헛걸음
막상 충전소에 가도 다른 차가 충전 중이거나 고장 나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 때문에 내 계획과 달리 충전을 못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저도 차를 처음 구매했을 때는 아파트에 충전기가 설치 공사 단계라서, 2개월 정도 외부에서 충전을 했는데 많이 불편하긴 했어요. 회사에 충전기가 있거나, 집 바로 앞에 여러 대의 공용 충전기가 확보된 최상의 환경이 아니라면 저는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기차 충전카드 몇 개 만들어야 되나?
전기차 충전기는 운영하는 회사가 다양해서, 효율적인 충전을 위해서는 몇 개의 카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환경부 공공충전 인프라 멤버십 카드이며, 여기에 본인의 생활 반경에 있는 충전 사업자 카드 1~2개를 추가로 발급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 자세한 카드 종류와 선택 가이드는 아래 링크의 글에서 상세하게 다루었으니, 출고 전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아파트 충전 가능?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앱에서 외부인에게 개방된 충전기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대부분의 아파트는 입구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어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저도 가끔 처가에 방문할 때 방문 차량으로 등록하고 충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아파트에서 충전을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 충전이 가능하다고 해도, 막상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외부 충전 차량들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겠죠.
따라서 다른 아파트 충전은 지인이나 가족 거주지 방문이 아니라면,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급속 완속 충전 시간, 주차 시간
급속과 완속은 이름처럼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며, 꼭 지켜야 할 주차 매너가 있습니다.
충전 시간
- 급속 충전 : 보통 30분에서 1시간 내외로 배터리의 80%까지 채울 수 있습니다. 특히 E-pit 같은 일부 초고속 충전기는 회전율을 위해 80%까지만 충전되도록 설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 완속 충전 : 완전히 충전하는 데 보통 10시간에서 16시간까지 걸립니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큰 요즘 차들은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주차 시간
- 충전이 끝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법적으로 충전 방해 행위로 간주되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급속 충전기 : 충전 시작 후 1시간 이상 주차 금지
- 완속 충전기 : 충전 시작 후 14시간 이상 주차 금지
최근에는 충전 완료 후에 차를 바로 이동하지 않으면, 분 단위로 점유 비용을 청구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충전 안 하고 주차만 해도 되나요?
법과 현실 사이의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단순히 주차하는 행위 자체보다, 정해진 점유 시간(급속 1시간, 완속 14시간)을 넘겼을 때 ‘충전 방해 행위’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충전 구역에 일반 주차하는 것은 전기차 오너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입니다. 저 역시 밤늦게 주차 자리가 정말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완속 충전기 자리에 주차하기도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다른 분이 충전할 수 있도록 바로 차를 옮기는 것을 철칙으로 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충전 목적 외의 주차는 피하는 것이 올바른 매너입니다.
환경부 카드로 등록된 차 이외에 다른 차 충전 가능?
네, 문제없이 가능합니다. 환경부 카드를 신청할 때 차량번호를 기입하긴 하지만, 시스템이 실제 충전하는 차량번호까지 확인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단순 회원 확인용 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저도 전기차를 렌트해서 여행 갔을 때, 제 원래 차량 앞으로 발급된 환경부 카드를 태그해서 충전했는데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비 올 때 충전해도 감전 안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전합니다. 전기차와 충전기는 비 오는 날씨를 포함한 다양한 외부 환경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 다중 안전장치 : 충전 커넥터가 차량에 완전히 체결되기 전까지는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방수 설계 : 충전기 자체와 커넥터, 차량의 충전구 모두 기본적인 생활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 빗물이 유입되더라도 감전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 주의사항 : 물론 안전장치가 있더라도, 일부러 커넥터를 하늘로 향하게 하거나 물웅덩이에 담그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주의를 기울이면 비 오는 날 충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완충 주행 가능 거리에 민감해하지 말자
전기차를 처음 타면 계기판에 뜨는 주행 가능 거리에 집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3년간 운행하며 얻은 결론은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주행 패턴이 만드는 숫자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는 배터리 잔량과 함께 최근 나의 주행 패턴을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을 오래 했다면 짧게 나오고, 시내에서 천천히 주행했다면 길게 나옵니다.
실제로 저도 겨울철 고속도로를 장시간 달리고 나면 320km까지 줄어든 것을 보았지만, 이후 시내 주행을 하면 다시 조금씩 늘어납니다.
주행 가능 거리 인증샷은 참고만 하세요.
가끔 커뮤니티에 비현실적으로 높은 주행 가능 거리 인증샷을 보고 내 차에 문제가 있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혀 의미 없는 숫자입니다. 특정 조건에서 연비 운전을 극한으로 했을 때 나오는 것일 뿐, 내 차도 똑같이 운전하면 비슷하게 나옵니다.

제가 매일 타는 GV60 기준으로 계산해 볼게요. 총 배터리 용량은 77kWh(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입니다. 72,563km 누적 전비는 5.5이고 오늘 출근하면서 잘 나온 연비는 8.1입니다.
100%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계산해 보면, 오늘 아침 전비로는 623km이지만, 3년 넘은 누적 전비로는 423km입니다. 무려 200km가 차이가 납니다.
특히, 전기차 카페에 주행 가능 거리 올리시는 분들은 보통 전비가 잘 나왔을 때 올리시겠죠? 그러니, 보시더라도 그냥 참고만 하세요.
나의 패턴 파악이 핵심
100% 완충 거리에 집착하기보다, 나의 하루 평균 주행 거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80~90% 정도만 충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도 절약되고 배터리 수명에도 더 이롭습니다.
전기차 충전 결론
- 자택 충전 환경이 없다면 전기차 운영은 생각보다 훨씬 불편할 수 있습니다.
- 충전 카드는 환경부 카드를 기본으로, 자주 이용하는 충전 사업자 카드 1~2개를 추가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대부분의 아파트는 외부인 출입이 어려워, 방문 목적이 없는 다른 아파트에서의 충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충전이 끝나면 즉시 차를 이동해야 하며, 법으로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여 주차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충전 구역에 충전 목적 없이 주차하는 것은 법적 제재 이전에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 비매너 행위입니다.
-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는 운전 습관에 따라 변하는 참고용 수치이므로, 숫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세요.
- 비 오는 날 전기차 충전은 여러 안전장치 덕분에 감전 위험 없이 안전합니다. 그래도 폭우가 오는 장마철에는 실내 충천소를 이용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