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GV60을  4년째 운행하면서 전기차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캠핑을 갈 때마다 트렁크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전혀 다른 콘셉트의 전기차, 기아 PV5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큰 관심이 갔습니다. 기아 플렉스 구독으로 PV5 패신저 모델 새 차를 인수받아서, 현재 1,000km 넘게 주행하면서 경험한 느낌을 남깁니다

기아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실용성에 집중한 새로운 디자인

PV5는 실용성을 극대화한 모습으로, 높은 전고와  박스형 디자인은 공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상용차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미래지향적인 디테일 덕분에 오히려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기차들은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려다 보니 곡선 형태의 디자인이 대부분인데, 레이 같은 네모네모 한 느낌이 오히려 저에게는 더 마음에 듭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PV5 주행 느낌

승차감

높은 전고,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 그리고 화물용 카고 모델도 같이 생산하는 차량이라서, 사실 승차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용차 기반의 차량은 쾌적한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PV5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승 결과, 어라 생각보다 좋은데? 하는 느낌이 컸습니다. 제가 운전하고 아내와 아이가 2열에 탑승하고 캠핑도 다녀오고 추석에 여행과 장거리 이동도 해봤는데요. 고속으로 크루징 할 때 편한 느낌이었고, 좌우 롤링은 생각보다 적게 느껴졌습니다.

요철이나 과속방지턱도 생각보다는 부드럽게 넘었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거나, 요철이 있는 곳에서는 진동이 몸에 많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특히, 요철이 두 개 이상 연속으로 있을 때는, 생각보다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2022년식 카니발을 소유했었는데, 두 차량의 승차감은 지향점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카니발이 다인승 승객의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승차감이라면, PV5는 다양한 활용 목적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다만, 어떨 때는 PV5가 더 좋게 느껴졌는데, 이는 내연기관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없는 전기차의 쾌적함에서 오는 장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운전 시야 및 계기판

기본 전고가 높은데, 시트를 높이면 정말 트럭처럼 위에서 내려 보는 느낌이 듭니다. 대시 보드가 높게 있어서 앞 유리는 아주 크진 않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유리는 매우 커서, 밖에서 보면 허벅지가 보일 정도입니다. 후면 유리도 직각으로 떨어져서 넓게 잘 보이고, 사이드 미러도 엄청 커서 시원시원합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사진에 보면 A 필러 쪽창이 있어서 대각선 시야도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데요. A 필러가 좀 두껍고 가까워서 회전할 때, 약간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앞바퀴 쪽 휀더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키 작은 아이들이 많은 스쿨존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빼면 전체적으로 운전 시야는 좋습니다.

작은 계기판이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작지만 모든 것이 한눈에 잘 보였습니다. 기존 현대 기아차 계기판은 항상 운전대 상단이 계기판의 일부 정보를 가리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PV5는 계기판은 작지만 오히려 가리는 정보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계기판 오류 발견

근데, 계기판에 미등 표시가 계속 표시되는 오류가 있습니다. 쨍한 낮에도 계기판에 미등 켜짐이 표시되는데요. 조도 센서가 고장인가 싶었는데, 라이트를 off로 해도 미등 표시가 꺼지지 않습니다. 그냥 소프트웨어적인 오류 같기도 한데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 봅니다.

오토큐에 들렀는데, 라이트를 off 해도 미등이 꺼지지 않는 것은 기본 세팅이라고 합니다. 전면 DRL처럼 후면 DRL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라이트를 off 해도 낮에는 미등, 밤에는 저절로 하향등이 켜지는 세팅입니다. 가끔 밤에 라이트 안 켜고 달리는 차들을 보면 움찔한데, 스텔스 방지를 위한 세팅으로 오류는 아니네요.

2일 전 갑자기 추워진 날 공기압 경보가 떠서, 셀프로 42psi까지 공기압을 채웠습니다. 근데 계기판에 공기압 경고등이 하루 종일 꺼지지 않아서 오토큐 갔는데 장비로 리셋해서 껐습니다. TPMS 문제인 줄 알았는데 리셋으로 경고가 없어져서 다행이긴 합니다. 자잘한 오류가 좀 있네요.

가속감, 파워

사실, 제원표만 보고서는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습니다. 최고 출력 120kW(163마력), 최대 토크 25.5kgf·m의 성능과 10초대의 제로백은 요즘 나오는 전기차 중에서는 눈에 띄는 스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해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는데요.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은 부드럽지만 경쾌했고, 고속도로에서도 앞차를 추월할 때 전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회전 반경

전기차는 보통 휠베이스가 매우 길다 보니 회전 반경이 차 크기에 비해서 큽니다. 제가 타는 gv60보다 휠베이스, 전장 모두 PV5가 더 커서 불편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운행해 보니 생각보다 차가 잘 돌아 나갑니다.

보닛이 매우 짧고 앞바퀴가 매우 앞에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gv60보다 회전 반경이 더 짧게 느껴졌어요. U턴을 해보니까 2개 차로를 약간 넘는 2.3차선 정도의 반경으로 가능했습니다. 골목길, 주차, 시내주행, U턴 등 큰 부담없이 운행할 수 있습니다.

반자율 주행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기능은 다른 현대 기아차의 안정적인 성능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조절하고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해 주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크게 줄여주었습니다.

특히, 터치 감응식 운전대가 탑재되어 아주 편했습니다. 손가락만 운전대에 걸쳐도, 잡았다는 것을 잘 인지합니다. 크게 좌우 보타를 하지 않아도 중앙을 잘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앞차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끼어들 때는 문제가 없지만, 바로 옆에서 가깝게 앞으로 들어오면 인식이 늦어서 급하게 섭니다. 따라서 크루징을 할 때도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해야 합니다.

소음과 공명음 이슈, 스피커

네모난 디자인과 높은 전고 때문에 풍절음이 매우 클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주행해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전기차라 기본적으로 엔진 소음이 없어 조용하긴 하지만, 시속 100km 이상으로 고속 주행을 할 때는 타이어의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실내로 어느 정도 유입되었습니다.

최근 공명음 관련해서 이슈가 좀 있던데, 저는 사실 운행하면서 너무 심한데?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었어요. 상업용 모델이면서, 차고도 높아서 발생하는 소음 정도로 들렸습니다. 가족들도 공명음 때문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PV5 관심 있다면 꼭 시승해 보시고 구매하세요.

제가 시승한 모델은 플러스 트림이라 6개의 스피커가 탑재되었는데, 음질은 뛰어나는 않지만 1열에서는 그냥저냥 들을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기대를 너무 안 해서 그런가 봐요.

회생제동 메모리와 제한

제가 1,000km를 타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회생제동 시스템이었습니다. 우선 시동을 켤 때마다 단계가 초기화되어 매번 다시 설정해야 하는 점이 번거로웠습니다. 저는 보통 회생 제동을 오토모드로 고정해서 다니는데, PV5는 2단계 이상부터는 메모리가 안됩니다.

아이페달 1단계, 보통 1단계만 메모리가 되고 2단계 이상과 오토모드는 유지가 안 돼요. 재시동하면 1단계로 리셋이 됩니다.  차량 연식에 따라 회생제동 모드 저장이 안 되는 차량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2025년 최근 출시 차량이 왜 이럴까요. 이 부분이 제가 PV5를 구매하고 싶지 않은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량 배터리가 91% 이상일 때는 회생 제동이 1단계로 고정됩니다. 100% 완충 시 회생 제동이 필요가 없어서 제한되는 것은 이미 다른 전기차에서 경험해서 알고 있는데요. PV5는 90% 이하로 내려가야만 다른 단계로 변경이 가능해요. 배터리가 91%~100% 사이라면 회생제동 단계 변경 시, 패들 시프터 작동 조건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안됩니다.

1주일 후 오늘 갑자기 94%인데 회생제동 오토가 됩니다. 어느 정도 타면 바뀌는 세팅인지 모르겠어요. 아무 업데이트도 없었는데 갑자기 91% 이상인데도 되네요.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3일 후 완충하고 배터리 90%인데, 회생제동 오토로 변경이 또 안됩니다. 아이페달 혹은 노멀 0~1단계로만 회생제동 변경이 가능합니다. 되었다 안되었다 하네요;

 

PV5 주행 가능 거리와 전비

100% 완충 시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470~479km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10km로 꾸준히 주행하니, 399km까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이 전기차에 가장 유리한 가을 날씨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겨울철에는 히터 사용 등을 고려했을 때 280km에서 350km 정도를 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PV5는 배터리 용량이 71.2kWh로 높지는 않은데, 이 정도면 준수한 것 같습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전비는 제한속도 50~70km 정도의 국도에서는 6~7km/kWh 나옵니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100~110km 속도로 크루징 하면 전비가 크게 떨어지는데 보통 5.2~5.5km/kWh 전비를 보여줬습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제가 거의 고속도로 위주로 운행을 하는데, 현재 1,129km 운행한 누적 전비는 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조는 항상 22~23도 오토모드로 유지하고, 특별히 전비를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입니다. 가을 선선한 날씨 기준인데, 겨울에는 이보다 20~30% 정도 전비가 떨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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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속도

PV5는 400V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습니다. 하나로마트에 있는 100kW급 농협 충전기에서는 최고 70kW 속도가 나왔고, E-Pit 초고속 충전기에서는 111kW까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계기판 기준으로 배터리 19%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2분이 걸렸고, 100%까지는 총 1시간 17분이 소요된다고 표시되었습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충전구 속 급속, 완속 뚜껑은 버튼으로 누르면 열리는 구조인데, 제 gv60처럼 덜렁 거리지 않아서 훨씬 깔끔했어요. 충전구는 앞 범퍼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충전할 때 전면 주차를 해야해서 후면보다는 불편하긴 합니다.

한번은 도저히 전면 주차 각이 안 나와서 충전 못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도 조수석 측면보다는 편합니다. 충전구 위치 어디가 편한지에 관한 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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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V5에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에서 봐왔던 가로로 긴 모니터가 아닌, 테슬라처럼 넓은 비율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되어 지도나 미디어를 훨씬 시원하게 볼 수 있었고, 조작 반응 속도도 빨라 만족스러웠습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하지만 간략하게 사용해 본 소감을 말하자면, 매우 실망감이 큽니다. 기존 ccNC와 비교해서 넓은 비율과, 빠른 반응속도를 빼면 좋은 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존보다 더 불편하고 안 좋아진 점이 많았는데요.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재 기준 완전 베타버전 느낌이 듭니다. 현재 기준으로 설치 가능한 앱이 4개가 전부이고, 설치한 앱 UI도 통일감도 전혀 없네요. 플레오스 커넥트에 관해서는 제가 다음 글에 자세하게 다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테트리스가 뭐죠? 미친 트렁크

이 부분이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포인트입니다. 아래는 저희 3인 가족 캠핑 짐입니다. 여기에 쿨러만 넣으면 바로 캠핑 갈 수 있는 장비 세팅인데요.

gv60 기준으로 트렁크 꽉 채우고 + 2열에 한 좌석 빼고 모두 꽉꽉 채워서 룸미러가 안 보이는 상태의 짐이 이 정도입니다. PV5 트렁크에 두 가족 캠핑 짐을 모두 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V5 1000km 시승기 패밀리카, 캠핑 다 되네

트렁크 하단 지하 공간이 깊지는 않지만 넓게 있어서 경량 체어 3개, 사이드 테이블 2개, 릴선, 전동 펌프, 우산 등 잡다하게 넣어 두었습니다. 이 정도면 4인 가족 캠핑 끝판왕 차라고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여려 곳 서랍처럼 수납공간이 있는데, 여기 글에서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소하게 아쉬운 PV5 옵션들

메모리 시트

수동 조절 시트라면 전혀 이런 생각을 안 할 텐데, 운전석 조수석이 모두 전동 시트인데 메모리가 안돼서 많이 아쉽니다. 차량이 높아서 앞좌석은 중간 계단을 밟고 시트에 탑승하게 되는데요. 메모리 기능이 없다 보니, 이지 억세스(승하차 편의 기능)가 없어서 계단을 밟고 탈 때 좀 불편하네요.

시트가 뒤로 빠져 있다면 훨씬 편하게 계단을 밟고 탑승이 가능할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메모리 버튼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니터에라도 터치식으로 시트 저장 기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2열 시트 레일과 7인승

2열은 레그룸이 진짜 너무 광활해서 편한데요. 문제는 2열 시트가 레일이 없어서 앞뒤로 조절이 안됩니다. 트렁크가 무지 크기 때문에 조절이 안돼도 짐을 싣거나 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활용성 측면에서 너무 아쉬워요.

내년에 7인승이 출시 된다고 하는데, 그때 같이 하려고 레일이 없는 건가 싶습니다. 7인승 모델이 빨리 나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앰비언트 라이트

상용차에 무슨 앰비언트 라이트가 필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우선 밤에는 너무 실내가 어둡기도 하고요. 과속 카메라 경고를 소리뿐만 아니라 앰브언트 라이트로도 해주면 너무 좋더라고요.

고급스러운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셀토스에 있는 짧은 앰비언트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차 가격을 생각하면 좀 하나라도.

 

PV5 결론

  • 화려함보다는 공간과 기능에 집중한 실용적인 박스카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 부드러운 승차감과 부족하지 않은 출력은 패밀리카로도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 넓은 실내 공간과 다양한 수납 기능 덕분에 패밀리카, 캠핑카, 업무용 등 활용이 가능합니다.
  • 주행 가능 거리는 가을에는 400~~450km 정도로 배터리 용량에 비해 준수합니다.
  • 90~100% 배터리 잔량에는 회생제동이 1단계로 고정되는데, 불편해요.
  • 플레오스 커넥트는 베타 버전 느낌으로 애매합니다. ccNC에 비해 뭐가 좋은지;
  • 2열 레일, 7인승 옵션이 빨리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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